삶의 고뇌에 대하여
* 우리는 행복한 나날을 보낼 때에는 그것을 별로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 나날들이 일단 과거지사가 되고 불행이 돌아오면, 그제서야 그 날들을 상기하게 된다. 또한 많은 향락을 누릴수록 거기에 대한 실감은 감퇴되어 아무리 즐거운 쾌락도 습관이 되면 아무것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그로 인하여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된다. 그런데 쾌락에 젖은 모든 습관이 제거되면 그 때에는 괴로움만이 남는다. 또한 시간은 즐겁고 유쾌하게 보낼수록 급속도로 사라져 버리며, 불행 속에 있을수록 더디 간다. 적극적인 것은 환락이 아니라 고통이며, 고통이 나타날 때에는 그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권태는 우리에게 시간 관념을 주고, 유흥은 시간 관념을 없애버린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인간의 생존은 그것을 느낄 일이 드물수록 한층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생존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욱 상책이라는 것도 입증된다. 대체로 큰 기쁨은 큰 불행에 선행되게 마련이며, 이 세상에서 단독으로 언제까지나 명쾌한 즐거움을 갖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쇼펜하우어 인생론
Sunday, February 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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